[모로코] 당신만 알고 가자!! 몰라서 못 가는 투브칼 산(Mt. Toubkal)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당신은 나보다 부유할 수 있으나, 자유로울 수 없다
You may be richer than me, but you will never be free like me



안녕하세요.
Capitalism에서 Humanism을 찾는 프로 노숙자, @rbagg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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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로코의 지붕인 투브칼 산입니다.

많은 분들이 모로코를 여행하면 유명한 주요 도시만 가시는 편인데요. 시간 여유가 있으시다면 투브칼 산에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투브칼 산은 마라케쉬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도착할 수 있어요. 마라케쉬가 모로코 여행의 베이스 캠프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는데요.

모로코에서 가장 큰 혼돈의 도시,카사블랑카
모로코 왕국의 수도, 라바트
서쪽 해안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사피와 아가디르 그리고 에사우이라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입니다.




공용 택시를 타고, 산 입구에 해당하는 마을인 임릴(Imlil)에 도착했습니다. 차에 같이 탄 "존"이라는 벨기에 아저씨는 프랑스어를 모로코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하십니다. 모로코는 베르베르어, 아랍어, 프랑스어를 주로 쓰거든요. 이 아저씨는 매주 여기 산을 오는 게 취미라고 하시는데, 우리처럼 1박 2일 코스가 아닌 하루에 정상을 찍고 내려온다고 합니다. 나중에 저희가 올라가다가 내려가시는 모습을 봤는데, 뛰어다니시더라고요....ㅋㅋㅋㅋ 대단하신 분




산에 오르기 전, 저희를 레스토랑에 데려가 여러가지 안내해주며, 같이 식사를 했어요. 저희는 소고기 타진을 시켰는데요. '타진' 이라는 게 음식 이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맞기는 맞지만, 실제로는 요리를 하는 항아리 같이 그릇과 뚜껑을 통틀어 '타진'이라고 부른다네요 ㅎㅎㅎ

먼저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익힙니다. 위에 후추와 소금 간을 하고, 양파와 파프리카, 토마토를 잘게 썰어 같이 요리합니다.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 오래 익히는 편입니다. 지역이나 집마다 다른데, 감자를 썰어 넣어 익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진은 치킨, 소고기, 돼지 고기 종류별로 메뉴 이름만 달라지고 요리 방법은 대게 비슷합니다.




여기는 완전 산악 코스의 초초초~입.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이 때 벌써부터 꽤 온 것 같다고 생각했었죠...ㅋㅋㅋ

보통 투브칼 산은 1박 2일 코스입니다.
정상에 가기 전에 있는 쉘터(베이스캠프)에서 하룻 밤을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상에 갔다가 하산하는 일정입니다.




이 곳은 어라움드(Aroumd)라는 마을입니다. 꼭 네팔 안나푸르나를 걷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산골 마을입니다. 노새의 똥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는 것도 같고, 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놀다가 와서 1유로를 구걸하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산을 여행하면서 이 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림으로도 그려보고 싶은 곳입니다.




산에 오르기 전, 인터넷에서 이 산을 오르면 천연 냉장고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진짜 있었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지혜로우시군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굉장히 차가운 편인데 덕분에 음료수들이 냉장고가 없어도 시원하게 유지됩니다.




이렇게 오렌지 주스를 짜서 파는 사람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모로코의 생 오렌지 주스는 한 컵에 5~6 디르함(0.5~0.6 유로)인데, 산에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9~10디르함으로 점점 공급이 적어지므로 가격이 오릅니다.




오르는 길에 만난 다른 쉼터입니다. 각종 기념품들을 팝니다. 그리고 이 곳 또한 음료수를 파는데요. 이 곳은 호스에 구멍을 음료수가 있는 곳 근처에 조금씩 뚫어서 관개 농업을 하듯이 음료수에 물을 줍니다?!




산행하다 힘들 땐 역시 생 오렌지 주스입니다 :D
이상하게 힘이 나더라고요. ㅎㅎㅎ
아 그리고 산행을 하러 오셨는데, 식량을 조금 들고 왔다면, 음식을 사먹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레스토랑이 있을 만한 마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상 식량으로 빵을 좀 준비해서 오면 좋고요. 저희 같은 경우는 오렌지 주스 파는 곳에서 주스를 만드는데 드는 오렌지 5~6개 정도를 주스로 만들지 않고 사서 들고 산을 올랐습니다.




산행은 시작점 마을인 임릴(Imlil)에서 쉘터까지 5시간 반 걸린다고 되어있으나, 한 8시간은 걸린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Aroumd 마을 이후로 가는 길 중에 가장 이뻤던 곳입니다.




이 곳도 나귀들이 짐을 나릅니다. 이 곳은 그래도 네팔의 포터처럼 사람이 40~80kg씩 들고, 짐을 운반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나귀들을 보면 하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우리보다 산을 잘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쉘터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드디어 쉰다!!




가격을 보니 도미토리 공용침대 8인실을 이용하는데, 1 침대 당 27유로이고, 야외에서 캠핑을 하는데, 돌담 울타리 안에서 하면, 10유로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웃긴 것은 사람들이 돌담 바깥의 평평하고 눈이 녹아 흐르지 않는 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는 것입니다. 쉘터의 시설을 이용하는 게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내고 머무를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가 가자, 모로코 친구들이 격하게 반겨줍니다. ㅎㅎㅎ




다음 날 아침
텐트에 필요 없는 짐들을 놔두고(옷 같은 것) 쉘터로 가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저희가 준비해 온 식량이 얼마 안되어서 한 사람당 70디르함(7유로)를 내고 먹었어요. 좋은 것은 빵이 무제한이라는 점이랑 큐브 치즈와, 버터, 잼이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배불리 먹고 비상시를 대비해서 버터 빵, 딸기잼 빵, 살구잼 빵, 치즈 빵 등 8개 정도를 만들고도, 치즈랑 잼이 남아서 쉘터에 빵을 조금 더 달라고 해서 더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비상 식량으로 빵을 만들지 않았다면, 저희는 죽었을 뻔 했습니다. 배고파서...ㅠㅠ

쉘터에서 스파이크(미끄러지지 않도록 뾰족하고 날카로운 뿔들이 아래로 쏫은 신발 바닥에 끼는 철로 된 틀)를 빌려야 합니다. 가격은 2명이 합쳐서 8유로를 냈습니다.

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브칼 산 정상은 4,165m로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2m)보다 높습니다. 고산병을 주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발은 당연히 방수가 잘 되는 산악용 신발을 신는 게 좋습니다.

고산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 높은 지대에 계속 지내서 몸이 적응하게 하는 방법
  • 레몬생강차를 자주 마시는 것
  • 샤워를 하면, 낮은 온도에 감기에 쉽게 걸리고, 감기는 고산병을 불러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자제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쉘터를 떠나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쉬워보이지만, 스파이크로 눈으로 쌓인 바닥을 즈려 밟고 올라서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30분 올랐는데 3시간 오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주자나가 방수 되는 제 좋은 보조 가방을 들고 오면 되는데, 그것을 카우치서핑 호스트인 Nourddine 집에 놓고, 쓸모 없는 본인 에코백을 들고 가자고 그래서.... 산에 오르는데 제 큰 배낭을 들고 올랐네요 ㅠㅠ




뭐 산은 이로부터 2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장장 4시간이 걸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안개가 끼기 시작해서 아무 것도 못 보고 내려온 것은 안 비밀...!!

게다가 저희가 늦게 일어나서 출발했나 봅니다. 올라오는 도중 사람들은 다 내려가고 있었고, 저희가 정상 도착하고 나서, 내려올 때도 아무도 못 봤습니다. 즉 정상에 저희만 있었다는... 이럴 때 잘못하면 실종되고, 사고가 일어납니다.

안 그래도 산 오르는데, 주자나가 오르다가 쉬면 지치는 느낌에 더 못 오를 것 같다면서, 저를 내팽겨치고는 먼저 올라가버렸습니다. 저는 가다가 아예 안 보이게 되자 걱정이 되서 불러도 보고, 앞에 잘 갔나 확인을 했는데 보이지도 않고, 저를 기다려주지도 않는 겁니다. 결국 정상에 가서 만났지만,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제가 크게 꾸짖었습니다.

여행에 특히 사람이 적게 다니고 위험한 산행에는 꼭 동료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같이 가면 앞선 사람이 뒤를 자주 돌아보면서 동행이 잘 따라오는지 점검하면서 가야합니다. 혹시라도 서로 길이 엇갈리거나 잃는 경우에는 찾지 못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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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쉘터에서 정상까지 눈길을 오를 때는 4시간이 걸렸는데, 내려올 때는 썰매를 타고 1시간만에 내려왔습니다. 눈길이라 그런지 미끄럽기도 하고, 걸어서 내려오는데는 무릎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미끄러 지는 듯 내려와야 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눈썰매장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엉덩이가 다 젖었지만 그래도 하산은 너무나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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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장장 6시간을 걸어서 내려와서 임릴에 다시 잘 도착했습니다. 너무 늦어 마라케쉬로 돌아가는 편이 없어서 마을 운동장에 텐트 치고 잤네요.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여행이었습니다. 산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하산할 때, 눈썰매 타고 내려 온 영상 첨부하겠습니다. 보고 가세요 :D



오늘 여행기는 여기까지!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보팅/댓글/리스팀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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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내, 금손들의 그림을 보러 오세요 :D

[#kr-art] 르바 미술관 8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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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Ciapek을 그려주신 @zzoya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봐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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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너무 잘 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멋진 여행하시며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습니다. 이런 좋은 포스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이라도 해보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한 모로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절대 시도해볼 수도 없을 듯하네요.ㅎ
아무튼 멋진 풍경 잘 구경하고 갑니다!

전문 산악인 아니어도 가실 수 있습니다 ㅎㅎㅎ 일반인들이 가는 코스에요 ㅎㅎ

이런 여행 글을 보면 참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거 같아 부럽습니다 그저 먹고 사는데 급급해 삶에 찌들어만 가는 게 아쉽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하고 싶은 일 하며 살면 더 좋죠 ㅎㅎㅎ
스팀잇 열심히 해서 곧 떠나보죠 :D

음료수들보고 빵~~터졌음다 사진좀 퍼갈께요
즐토되시구 맞보팅@팔로워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개인 소장은 가능하나 다른 곳에 쓰실 수는 없습니다 ㅎ

아 네 죄송합니다 꾸~벅^^

제가 결국 안가볼 곳 같아서 르바고님 포스팅으로만 경험한
@raah의 모로코 투브칼산 여행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ㆍ
ㆍ음식은 다 비슷비슷 별로다 (먹을만하다는 평이 없음)
ㆍ물맛은 좋다 오렌지도 (어디나 맛 없기 힘든거)
ㆍ산은 안개끼면 볼것 ㅣ도 없다
ㆍ8시간 가는내내 좀 황량하다 (가장 멋진곳은 이미 다운받았어요 ㅎ)
그래도 부러워요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

(먹을만하다는 평이 없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어디나 맛 없기 힘든거)ㅋㅋㅋ
산은 안개 끼면 암 것도 안 보이죠 ㅠㅠ
ㅋㅋㅋㅋㅋ

르바님의 여행기는 오늘도 흥미진진하네요~~ ^^

감사합니다 로사리아님 :D
다음 편은 친절한 모로코로 찾아오겠습니다.

안나푸르나보다 높다니ㄷㄷ 르바고님은 해상에서부터 산정상까지 안다녀보신곳이 없네요ㅎㅎ 그나저나 일행이 버리고 먼저올라가다니...큰일나실뻔ㅠ 아무것도 안보였다니 슬프네요ㅠ

정상에 올라가니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보다 높더라고요.

안나푸르나 정상은 당연히 더 높고요 ㅎㅎㅎ
@genius0110님은 누구 같이 여행 가시면 동행 버리고 가시지 마세요 ㅠ

우와...산행이...보통산행이 아닌데요??????
고산병을 걱정해야하는 산행이라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ㅠ)
그래도 이 지역 특유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요!!

산행은 워낙 높다보니깐요 ㅎㅎㅎ
고산병이 올 수가 있긴 하지만, 저는 네팔을 가봤으므로 ㅎㅎㅎ

마그레브지역의 대표적인 나라 모로코, 꼭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모로코에 가면 베르베르인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들의 나누는 삶은 지금의 친절함의 모태가 된 것 같습니다. 가는 곳마다 어려운 것은 없냐며 자기들의 번호를 알려주고, 재워줬습니다.

정말 이상하게 네팔같으느낌도 나네요ㅋㅋ 안나푸르나도 가본적은 없지만 이런 느낌의 사진 많이 본것 같아요~ 산행이 무지 빡세네요.. 내려올땐 그래도 정말 즐거우셨을거 같네요

네팔 같지만, 훨씬 친절함이 있는 그런 나라에요. 올라갈 때는 오래 걸렸는데, 내려올 때는 진짜 확 내려왔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