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과 의존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있지만, 그 선택들 대부분은 사실 누군가의 지침이나 이미 형성된 의존 관계 속에서 흘러나온다. 스스로 판단한다고 믿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남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정말 자기 결정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사람을 먼저 고르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추려낸다. 그리고 그 정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분석하고, 자신이 세운 기준에 맞춰 평가하며,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가늠해 현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내가 해야 할 행동과 나아갈 방향이 정해진다. 그때의 결정만이 온전히 ‘내 것’이다.

물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의존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내가 이 사람이나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거친 뒤 선택한 의존이라면, 그건 여전히 내 결정이다. 반대로 아무런 생각이나 기준 없이 평생 남의 판단에 기대어 살아간다면, 결국 내 삶의 방향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 선택이 잘못되더라도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경험과 학습이고, 옳았다면 그것이 곧 자신감이 된다. 남의 기준 속에서 휘둘리며 얻은 성과와 실패는 금세 사라지지만, 자기 결정을 통해 겪은 성취와 좌절은 내 안에 뿌리를 내린다. 결국 삶을 이끌어가는 힘은 거창한 전략보다도, 작은 순간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태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