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16 트럼프의 상호모순적인 대외정책의 의미와 영향 평가

in AVLE 코리아4 days ago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보기 어려워진 용어가 '집단서방'이다. 바이든 당시 국제정치는 '집단서방' 대 '글로벌사우스'의 대립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서 집단서방이란 미국 + G7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G7이란 7개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같은 국가들도 포괄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트럼프 등장이후 '집단서방'이란 용어가 별로 쓰이지 않는 것은 미국과 G7을 하나로 묶기 어려워진 현실의 반영이라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서방은 미국과 서방으로 분화되어 버린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하겠다.

트럼프가 '집단서방'의 해체를 초래하게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첫째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발을 빼려고하는 것, 즉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미국이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 두번째는 유럽에 대한 관세의 부과라고 하겠다. 두가지 요인의 공통점은 경제적인데, 미국이 어떤 경우에도 재정적 부담을 지지않겠다는 의도와 더 이상 무역수지적자를 감수하지 못하고 앞으로 유럽으로부터 관세수입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미국이 더 이상 공공채무를 늘리지 않겠다는 것으로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문제라고 생각한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37조 1천억 달러를 넘었다. 트럼프가 NASA 직원과 국무부 외교관들을 해고한 것도 재정적자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몸부림의 하나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와중에 서로 상반되는 모순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부부처 공무원까지 대량해고 하는 상황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는 한편, 국방비를 위시한 재정지출은 더 늘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관세로 동맹국을 압박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봉쇄와 압박에 동맹국을 동원하려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아무리 자주적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미국에 수출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항하여 동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이나 한국과 일본과 같은 소위 동맹국들이 미국의 요구와 지시에 별다는 반응과 반대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반자주적인 상태, 즉 푸틴이 말한 '신식민지'상태에 불과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유럽과 일본에 미국의 관세가 최종 통보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리는 이들 유럽과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유럽과 일본이 트럼프의 관세부과에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의미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미국의 이런 관세부과는 결과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가 서로 단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관세를 부과하면 유럽이나 일본 등 기존의 미국 동맹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중국이나 브릭스 국가들과 교역을 늘려나가고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비싸게 들여왔던 석유나 천연가스를 값싸게 러시아로부터 사들여오는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부과받으면서 일본과 호주가 중국에 대항한 봉쇄와 압박에 가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일본과 호주가 미국의 관세부과와 방위비 인상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매우 당연한 반응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미국의 모순적 정책이 누적되면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어느 순간이 되면 급격하게 저하될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과 호주의 태도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미국은 일본과 호주의 반응을 단순하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이런 상황을 미국 패권이 결정적으로 붕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패권의 붕괴는 외부의 도전보다 자신의 잘못과 과오 그리고 실책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는 미국의 관세부과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집단서방 대 글로벌 사우스의 구도였다면 현재의 구도는 미국 대 전세계의 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한 유럽의 반발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럽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잠재적 위협보다는 트럼프의 관세부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위협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8월 1일부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는데, 실제 관세부과일이 8월1일이 될지 아니면 다시 연기할지는 미지수라고 하겠다. 필자는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그 시점이후에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그 시점 이후에 한국도 바야흐로 제대로된 대외정책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약 보름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