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30 현시점에서 본 국제정세 평가 : 미국의 관점에서

국제정치질서가 근본적인 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내가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변화를 주도하는 측이 누구이며, 이에 따라 수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측이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측은 미국이고 그런 변화에 맞서서 대응하는 측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그동안 미국의 변화시도에 대해 전략적인 오류라고 판단을 했다. 여전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전략적 오류이자 실수라고 생각한다. 국제정치질서의 형성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바꿔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중심에 두고 관찰해보면 미국이 자살적 행위를 했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에너지와 국제경제의 분업구조가 변화되는 상황을 보면 미국이 국제정치, 안보적 영향력은 상실하고 있지만 자본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서 에너지 시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두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차단하고 자신들이 유럽에 에너지 수출을 했다. 게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서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상당기간 에너지 가격을 높이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에 대해서는 필자도 착각한 것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수출하고 있다. 세일가스 시추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한 상황이다. 당연히 투자한만큼 이익을 뽑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고유가를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다.

미국은 석유가격의 하락을 바라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적절한 수준의 석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석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는 에너지 수출의 타산을 맞출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 각지역에서 군사적 분쟁과 갈등 그리고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도 예상되는 군사적 충돌의 중요한 지역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만일 서해 NLL지역에서 국지적인 분쟁이 발생하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서해에서 중국의 발해만으로 들어가는 유조선들도 위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유럽의 산업기반을 상당부분 미국으로 들여오는데 성공했다. 유럽의 기업들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론 보도만을 본 정도라서 구체적으로 통계가 얼마나 잡히는지는 알 수 없다.

유럽의 경제상황 악화는 미국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인한 수에즈 운하 차단상황은 미국에게 그리 손해가 아니다. 미국이야 대서양으로 직접 유럽으로 가고, 태평양으로 직접 아시아로 가면 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상황으로 문제가 생긴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수송로이다. 결국 이는 중국, 한국, 일본과 유럽의 물류비용만 올리고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유럽의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은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겠다. 끝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끌고 가다가 최악의 상황이되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넘겨주면 된다. 그동안 미국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제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예상치 못하게 미국의 경제가 매우 좋아졌다. 그 이유는 구글과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플랫폼기업과 함께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의 발전이었다. AI는 미국경제가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AI가 과거의 IT 버블처럼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겠으나 당분간 미국의 경제는 AI가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은 지금 안보적으로는 중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의 대두로 위상이 하락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그 어떤 경우보다 상황이 좋다고 하겠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었던 생산기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착착 이루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미국이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 가지겠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유럽이 될 것이다.

유럽을 제외하고 많은 피해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 아닌가 한다. 한국은 울며겨자먹기로 반도체, 2차전지등의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고 있다. 물론 한국내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결못할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의 주요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한국에게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양질의 일자리는 뺏기고 저가의 노동마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네이버의 야후를 강탈하려고 생각한 배경에도 미국의 이런 입장과 태도와 상당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본은 유럽과 달리 미국으로부터 산업생산기반을 뺏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부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미국의 주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이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서 자신들의 몫을 확실하게 굳히겠다고 생각했고 제1차적인 목표를 동남아지역에 상당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라인을 뺏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일본의 구상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세상일은 미국의 구상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용에는 항상 반작용이 작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