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린재나무, 뒤흰띠알락나방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47)뒤흰띠알락나방
기자명 김우관 기자 입력 2021.08.18 16: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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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러운’ 이미지와 달리 ‘귀여움’물씬 풍겨
검은색 바탕에 노란 사각무늬와 붉은 빛 외모
보통 애벌레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 발산
방해 받거나 위협땐 몸을 잔뜩 웅크리는 속성
흰띠알락나방과 구분 어려워 간혹 관찰 실수도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47> 뒤흰띠알락나방
사진-1 노린재나무(2016년 5월 14일, 광양 백운산)
사진-2 뒤흰띠알락나방애벌레(2016년 5월 15일, 광양 백운산)
사진-3 뒤흰띠알락나방애벌레(2014년, 지리산 칠암자길)
사진-4 뒤흰띠알락나방(2013년, 담양 병풍산)
사진-5 뒤흰띠알락나방(2013년, 담양 병풍산)
사진-6 흰띠알락나방(2018년 9월 18일, 완도 수목원)
푸르름이 더해 가는 5월, 숲길을 걷다보면 백색의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노린재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무를 태운 재가 노란색을 띠는 나무라 해서 노린재나무라 부른다. 나무에 대해 거의 모르던 시절 도감을 펼치고 이 나무 밑에서 잎과 수피를 보면서 어떤 나무인지 찾던 시절이 떠오른다.
2016년 5월 14일, 광양 백운산으로 떠난 숲기행에서 하얀색 꽃망울을 피운 노린재나무를 만났다. 짙푸른 잎과 대비되어 더 멋지게 보이는 꽃도 보기 좋지만 색이 알록달록해 눈에 확 띄는 녀석이 있다. 노린재나무를 먹고 사는 뒤흰띠알락나방애벌레다.
검은색 바탕에 노란 사각무늬가 두줄로 박혀있고, 옆면에도 기이한 무늬와 붉은빛이 도는 형상이 있어 아름답게 느껴진다. 보통의 애벌레는 털이 많아 무섭고 징그럽다 생각하며 거부감을 느낄텐데 같이한 많은 회원들이 귀엽다며 감탄한다. 집단으로 모여 사는 녀석들은 대 발생하는 경우 나무의 잎은 다 없어진다. 그래서 주로 다른 나무의 잎에 질기고 흰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는데 잎은 약간 반으로 접히게 된다.
이렇게 잎을 다 먹어치우면 노린재나무는 어떻게 살까? 잎이 없으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성장이 더디거나 심하면 죽을수도 있다. 노린재나무는 가만히 그렇게 당하고 있을까? 나무는 옮겨 다닐수 없으니 그 자리에서 방어물질을 내뿜으며 버틴다. 그리곤 녀석들이 번데기가 될 때 잽싸게 새순을 틔워 잎을 키운다. 무사히 열매를 맺고 가을이면 남색으로 익는다. 새들의 먹이가 되어 어디선가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2014년 6월 14일, 지리산 칠암자길에서도 뒤흰띠알락나방애벌레를 만났다. 방해를 받거나 위협을 느끼면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다. 녀석이 취하는 최선의 방어인가 보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몸을 풀고 다시 먹기 시작한다. 잘 자라서 번데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뒤흰띠알락나방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7월 14일 병풍산 임도에서다. 여러 종류의 곤충들과 나방애벌레등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뭐가 휙 날아간다. 앵글을 들이대면 또 저만치 날아가고, 몇 번의 추적 끝에 녀석을 담을수 있었다. 옆 모습까지 담고 돌아서는데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든다.
나뭇가지위에서 혀를 낼름거리는 뱀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 수없이 많은 뱀들을 만났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항상 발밑을 조심하지만 나뭇가지에 뱀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겨우 그 자리를 벗어나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동행한 지인을 만나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대수럽지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본인도 여러 종류의 뱀을 많이 본듯하다.
뒤흰띠알락나방의 앞날개는 검은 바탕이며, 날개맥 일부에는 청람색이 돌고 2/3 부근에 순백색띠무늬가 비스듬히 있다. 뒷날개에도 흰색의 띠가 있는데 이것으로 흰띠알락나방과 구분한다.
흰띠무늬가 ‘-’ 면 뒤흰띠알락나방, ‘v’면 흰띠알락나방이다. 사소한 차이지만 오동정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도 한다.
2018년 9월 18일, 완도수목원에서 흰띠알락나방을 만났다. v자 무늬를 확인할수 있다. 애벌레나 어른벌레나 너무 비슷비슷하게 생겨 정확한 이름을 붙이기가 힘들다. 일반인들이라면 대충 무슨 나방류 하면 될것이지만 최대한 정확하게 접근해야 하기에 갈수록 압박감이 심해진다. 먼길을 떠나 가평의 화악산에서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자료 정리를 한다. 다음은 어떤 나방을 소개해야 할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